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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中企 현장, 채용 외국인력 한 달도 안돼 사업장 변경 요청, 태업도 불사

 

대기업 취업 선호, 3D 업종 기피, 코로나에 산업현장 인력난 '설상가상'

 

50만 넘던 E-9등 '비전문인력' 현재 34만명 아래로…도입쿼터도 낮아

 

김기문 회장 "고용허가제 쿼터 방식 폐지…외국인력 정책 패러다임 전환"

 

중소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아우성이다. 주조, 용접, 표면처리 등 뿌리산업 제조업이 대표적이다. '3D' 업종은 말할 것도 없다. 내국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외국인 인력마저 기근이다. 산업 현장의 고령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농촌, 어촌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는 인력난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외국인 인력 정책 대전환이 절실하다. 대표적으로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돌아봐야한다. 외국인도 내국인과 함께 대한민국 산업을 떠받치는 '역군'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획기적인 정책을 모색해야한다. 그래야 산업이 유지되고, 생기가 돈다. 미래도 준비할 수 있다. 메트로신문이 [외국인 인력 대전환 모색하자] 시리즈를 통해 외국인 인력, 그리고 관련 정책을 돌아보고 해법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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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법무부

광주광역시에 제1공장을 두고 있는 건자재 회사 거광기업.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24일 우즈베키스탄 근로자 4명을 어렵게 구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를 찾다 찾다 얻은 인원이다. 공장 일은 크리스마스가 끝난 26일부터 바로 시작했다.

 

그런데 이들이 일하고 보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1월 중순께부터 사달이 났다.

 

"갑자기 한 근로자가 다른 회사로 보내달라고 하더라. 한국에 누나가 있는데 (옮겨서)같이 일하고 싶다는 이유를 들면서다. 안된다고 했다. 얼마나 (사람을)기다렸는데 오자마자 옮겨달라는 것은 도저히 못들어주겠다고 했다. 게다가 같이 온 또다른 근로자는 한국에 와 있는 자신의 형제들이 매달 300만~320만원을 받고 있다며 그쪽으로 보내주거나, 아니면 월급을 300만원 이상 달라고 요구했다. 지금은 너무 이르니 열심히 일하면 월급을 더 올려주겠다고 했다. 며칠후 이들을 포함해 4명이 아예 삭발까지 하고 출근하더라. 그러면서 다른 회사로 가겠다며 지금까지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천불이 난다."

 

거광기업 문수용 회장의 말이다.

 

경기 여주에 있는 플라스틱·파지 등 재활용업체 구로종합무역. 이 회사는 한국인 직원 5명,E-9(비전문취업) 비자를 가진 외국인 근로자 5명, 그리고 한때 '조선족'이라고 불렸던 재중 교포가 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늘어나는 일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제한된 쿼터 때문에 외국인 인력을 더 채용하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

 

구로종합무역 이규영 대표는 "한국 사람을 구하기 위해 교차로에 구인광고를 내도 오질 않는다. 일하는 재중 교포들은 60~70대가 됐다. 나이 때문에 작업 속도가 느려도 그냥 쓸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도 외국인 직원이 애를 먹인 경험이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며 그 직원이 태업을 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태업하는 그의 사업장 이동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고용한지 6개월만의 일이다.

 

현행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첫 3년간 총 3회의 사업장 이동을 허락하고 있다. 며칠을 일하다 옮겨도 '3년·3회'만 지키면 된다. 숙련 일꾼이 절실한 기업 현장에선 울며 겨자먹기로 응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옮겨달라고 생떼 쓰며 태업을 하거나 아예 일을 하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는 안쓰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떠난 외국인 자리를 내국인으로 채우지 못하면 그냥 비워둘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누구인지도 모를 외국인을 배정해줄 때까지 정처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는게 중소기업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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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법무부

16일 중소기업중앙회, 법무부,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체류 인원 가운데 중소기업, 소기업에서 주로 일하는 비전문인력은 3월 말 현재 33만7994명이다. 비전문인력은 2019년까지 50만명 수준을 유지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에 2021년엔 34만3222명으로 30만명 초반까지 크게 줄었다.

 

'비전문인력'은 E-9(비전문취업) 비자 취득 외국인과 중국, 구소련 등 외국국적동포(동포)에게 주는 H-2(방문취업) 비자 취득 동포를 더한 숫자다.

 

E-9은 일반고용허가제, H-2는 특례고용허가제로 구분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제조 현장에서 일하는 E-9 외국인은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22만751명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까지 27만명 이상을 유지했던 비전문취업 체류 외국인 역시 코로나19 영향으로2021년부터는 20만명 초반까지 줄어든 상태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E-9 외국인력 도입쿼터는 7284명에 그쳤다. 반면 중소기업들이 필요하다고 신청한 인원은 1만4083명이었다. 신청 인원의 절반 밖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쿼터로 제한한 것이다. 1분기엔 중소기업들이 1만816명을 신청했지만 도입쿼터는 2분기와 같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2021 하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들의 외국인력 미충원율은 2020년 3분기 당시 15.7%에서 2021년 3분기엔 24.7%로 크게 늘었다. 이는 채용을 목표한 외국인력 4명 중 1명을 채우지 못했다는 의미다.

 

특히 기업 규모별 미충원율은 중소기업인 300인 미만이 26.9%로 300인 이상(3%)보다 9배 가량 높았다.

 

부족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력을 활용하겠다'는 답변도 300인 이상은 4.1%에 그쳤다. 반면 중소기업에 속하는 30~99인(13.3%), 10~29인(11.7%), 100~299인(9.7%), 5~9인(8.1%) 기업들은 외국인 의존도가 중견기업, 대기업보다 월등히 높다.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취업을 선호한다. 일자리를 찾는 중·장년층은 소위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3D 업종'을 기피한다. 중소 제조 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중소기업의 내국인 취업 기피→인력난 심화→외국인력 의존도 증가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300인 미만 규모 사업장에 이어 지난 7월부터 50인 미만 소규모 기업까지 확대 시행한 '주52시간제'는 가뜩이나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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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여주에 있는 한 재활용업체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주52시간제 시행은 찬성한다. 하지만 경직된 제도 때문에 추가연장근로도 힘들고, 탄력근로도 한계가 있어 인력 운용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외국인력도 쿼터로 막고 있어 채용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한국에서 기업을 하라는건지 말라는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최저임금 급등도 외국인력을 많이 쓰는 중소기업들에겐 큰 부담이다.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영세 소기업일 수록 더욱 그렇다.

 

E-9 비자를 가진 외국인을 채용해 쓰는 기업의 82%가 근로자 30명 이하의 영세 사업장이다.

 

채용 초기엔 언어 등 소통에 한계가 있고, 일이 서툴러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주는 것에 대해서도 중소기업 현장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볼멘 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고용허가제 쿼터운영 방식을 과감히 폐지해야한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중소기업 현장의 숙련 외국인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들에 대한 문호도 과감히 넓혀야 한다"면서 "노동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다문화 사회로의 진행이 불가피하다. 이런 변화에 따라 외국인 고용허가제도 등 관련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2051650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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